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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함께 마주보기 위해 모인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이야기

전시 ‘우리는 마주보기로 했다’에서 만난 강은빈 활동가와의 대화

김민선 | 기사입력 2022/01/20 [16:01]

진실을 함께 마주보기 위해 모인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이야기

전시 ‘우리는 마주보기로 했다’에서 만난 강은빈 활동가와의 대화

김민선 | 입력 : 2022/01/20 [16:01]

▲ 청년기후긴급행동(a.k.a. 김공룡과 친구들)에서 출범한 기후 0번 김공룡  © 청년기후긴급행동

 

2020년에 창립해 올해로 3주년을 맞는 청년기후긴급행동을 만났다. ‘김공룡과 친구들’이라는 별칭처럼 공룡 슈트를 입은 활동가들의 친근하고 유머스러운 모습과는 달리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여러 논쟁거리를 만들며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직접 행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여정을 전시 ‘우리는 마주보기로 했다’에 담아 공개했다. 본 전시를 기획한 청년기후긴급행동 공동대표 강은빈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전시의 제목이 <우리는 마주보기로 했다>인데요. 무엇을 마주한다는 의미를 담은 건가요?

 

▲ 청년기후긴급행동 X 모닥 X 비질 기록 전시 ‘우리는 마주보기로 했다’ 포스터  © 청년기후긴급행동

 

전시에 세 개의 섹션이 있어요.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활동 기록, 비질(Vigil)* 사진전, 모닥 프로젝트. 세 가지 기록 모두, 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고 마주하는 작업이었어요. 이 사회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계속 보게 만들고, 보고 싶지 않은 건 계속 덮더라고요. 고통스럽거나 불편하더라도 사회에서 벌어지는 진실을 직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중요한 의제로 다루고 있는 석탄발전소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 기후위기를 알기 전까지는 몰랐어요.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산업과 제가 사는 세상이 분리되어 있었던 거죠. 육식 산업도 그것을 누리는 문화와 도살 현장이 철저히 단절되어 있어요.

 

* 비질(vigil)은 도살장 앞을 찾아가 육식주의 사회에서 고통받는 동물의 현실을 목격하고 증언하는 동물해방운동의 일환이다.

 

Q. 편리함과 풍요로움 이면에 있는 진실을 마주하고 문제 삼는 작업이군요.

 

네, 그래서 이건 용기가 필요한 행동인 것 같아요. 석탄발전소의 노동자들이 얼마나 취약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지,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유해한 물질들이 대기에 얼마나 안 좋은지 알면서도 문제 삼지 않아 왔죠. 그래서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함께 힘을 모으고 마주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기후위기를 함께 마주한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정보를 공유하는 그 관계 속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청년기후긴급행동의 기반에도 함께하는 사람들 간의 연대, 그 관계 속의 신뢰와 애정이 존재하죠. 이런 점에서 우리가 마주 보기로 한 게 사회의 진실이기도 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을 뜻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Q.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활동 기록들을 보니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참 많은 활동들을 하셨더라고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지 궁금해요.

 

단체를 처음 창립할 때, 기후나 정치, 국제 관련 분야에서 기존에 활동이나 공부를 이미 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였어요. 그래서 기존의 방식이 아닌 직접 행동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이 있었죠. 저희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문가가 되거나 기관에 취직해서 활약을 하는 게 아니라, 풀뿌리 운동을 하는 거였어요. 사회에 자극을 만들고 실질적인 영향을 만드는 것 말이에요.

 

Q. 청년기후긴급행동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단체 초반에 저희의 슬로건은 ‘기후위기를 직시해라’였어요. 그 이후에 기후위기를 둘러싼 상황들이 빨리 변화했어요. 특히 2021년에는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 국회의 기후위기 비상선언 결의 등이 있었죠. 이때, 정말 필요한 변화를 실행하고 있는지 정부의 행보를 잘 추적하는 게 주요 활동이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는 다양한 의제들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개방적으로 열어놓고 있어요. 사회 안에서 기후 문제는 동떨어져 있지 않아요. 노동 문제, 여성 문제, 동물권 문제, 경제 문제까지 다른 여타 사회 문제들과 기후위기가 겹치고 있죠. 위기가 서로 중첩되는 상황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사회 정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해요.

 

Q. 그런 측면에서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활동 기록과 동물해방운동인 비질 전시의 만남이 의미 있어 보이네요.

 

▲ 비질 전시에 걸린 도살 직전 동물들의 사진  © 김민선

 

그렇죠. 비질 전시를 맡아주시는 혜린 활동가님이 저희 단체 소속이긴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은 아니었어요. 지금 청년기후긴급행동 안에서는 크게 대선 팀과 재판 팀,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동물권을 슬로건으로 내세우지 않고, 관련된 프로젝트를 안 하다 보니 혜린님이 원래 나가겠다고 하셨었어요. 저희가 다루는 의제가 인간 중심적이고, 편협하다고 생각하신 거죠. 인간 중심성으로 인해 일어난 기후위기를 다시 인간 중심적인 운동으로 해결한다는 게 모순적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통계 자료로 봐도 축산업이 단위 산업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고요. 이렇게 저희의 부족한 지점들을 인지하게 되었어요. 혜린님을 통해서 동물권에 대해 함께 해석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다양한 시선들과 목소리가 모여져서 이 전시가 만들어진 거죠.

 

Q. 전시의 한 섹션인 ‘모닥’ 프로젝트도 다양한 시선을 모은다는 의도를 담은 거잖아요.

 

▲ 모닥 프로젝트 브런치 계정  © 청년기후긴급행동

 

맞아요. 작년 7월에 운영위원회와 대표단이 꾸려지면서 저희 단체를 대표하는 스피커가 정해지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모든 기회가 대표들한테 먼저 가게 되더라고요. 단체가 주목받을수록 대표들은 계속 바빠지는데, 함께하는 멤버들의 목소리는 계속 지워지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단체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끄집어내는 프로젝트를 세우게 됐어요. 활동가들의 기록 활동을 이어가면서 우리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만들어보자는 의도가 있었던 거예요.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환경에 처해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공동 대표의 정제된 발언에는 담기지 못하는 것들이죠. 그래서 프로젝트에 참여할 활동가 11명을 선정할 때는 공동 대표를 제외했어요.

 

Q. 더 많은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청년기후긴급행동의 활동가 추가 모집 계획도 있으신가요?

 

청년기후긴급행동이 이제 3년 차가 되었는데 멤버 구성이 거의 그대로예요. 그런데 2022년에는 더 많은 기후활동가들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저희 단체에 많은 기회들이 주어지고 있는데, 저희가 소화하기도 어려워서 거절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준비된 활동가들이 더 많으면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겠죠. 그래서 이제는 조직을 키우는 방향으로 준비해보려고 해요. 현재 단체가 수도권 중심으로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다른 지역에서도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정체성을 공감하는 사람들과 인연이 닿는다면 더 강하게 연결되고 싶어요.

 

Q.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단체 내에서의 신뢰와 연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체인 것 같아요.

 

한국 사회에서는 함께 하는 것을 성가신 일이라고 보는 것 같아요. 팀플에 대한 이미지도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는 말자’라고 표현하잖아요. 하지만 한뜻으로 마음을 모아서 여럿이 되었을 때 생기는 에너지는 정말 다르다고 느껴요. 지금 기후위기가 괜찮은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를 때 드는 무력감과 비관적인 마음을 함께 마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청년기후긴급행동이 아니었다면 저희도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면서 기후위기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시민이었겠죠. 더 많은 사람들이 연대를 경험하면서 “나 하나 한다고 달라지겠어?”라는 생각을 “정말 달라지더라.”라는 확신으로 바꾸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저희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은빈 활동가의 모습에서 신뢰와 애정으로 탄탄하게 자리 잡은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연대를 엿볼 수 있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각자의 분야에서 기후위기를 진심으로 걱정하던 시민들이 모여 기후위기를 함께 마주하고 세상을 바꾸는 단체로 성장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의 기록 전시 ‘우리는 마주보기로 했다’는 지난 1월 16일로 끝났지만, 강은빈 활동가의 바람처럼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연대에 참여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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