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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고리 #4] 인간을 위한 삶, 인간에 의한 죽음

김민선 | 기사입력 2022/01/29 [01:01]

[연결고리 #4] 인간을 위한 삶, 인간에 의한 죽음

김민선 | 입력 : 2022/01/29 [01:01]

▲ Photo by Alex Konokh on Unsplash


- 기사 요약 -

1. 지난 16일, 홍콩 당국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햄스터가 수입되어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가능성을 지목하며, 약 2,000여 명의 햄스터를 살처분할 것을 명령했다.

2. 지난 2020년, 덴마크에서는 밍크 농장 5곳에서 밍크 12명이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발견하자 덴마크 전역의 밍크를 살처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3. 축산을 목적으로 길러지는 소, 돼지, 닭, 오리 등의 동물들은 ‘예방적 살처분’을 이유로 대량 학살되어 왔다.

4. 인류는 스스로의 과오로 코로나19를 자초했지만, 햄스터, 밍크, 소, 돼지, 닭, 오리 등의 비인간 동물들은 인간 때문에 감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홍콩에서 햄스터, 토끼, 기니피그 등 2,000여 명*에게 살처분 조치가 내려졌다. 이는 지난 16일 햄스터 등의 반려동물을 판매하는 가게의 점원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홍콩 당국이 내린 결정이었다. 점원의 감염 경로를 조사하던 차, 해당 가게의 햄스터 11명도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홍콩 당국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햄스터가 수입되어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가능성을 지목하며, 약 2,000여 명의 햄스터를 살처분할 것을 명령했다.

 

* ‘마리’는 ‘짐승이나 물고기, 벌레 따위를 세는 단위’이다. 비인간 동물에게만 쓰는 용어가 종 차별적이기에 인간의 수를 셀 때 붙이는 단위 ‘명’을 사용하였다.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에도 당국은 ‘예방적 살처분’의 일환이라며, “방역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정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에 수만 명이 서명한 상황이다. 심지어 지난 2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국의 살처분 결정에 놀란 홍콩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외국으로 나가기 위해 전세기를 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반 항공편이 막히자 전세기를 직접 마련해 반려동물과 외국행을 나서게 된 것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과 달리, 바이러스에 감염된 비인간 동물들은 치료는커녕 격리가 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확진된 동물뿐만 아니라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 하에 감염되지 않은 무고한 동물들까지 대량으로 죽임 당하는 현실이다. 홍콩 당국의 햄스터 살처분 결정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글에서는 “동물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것 대신 사람처럼 격리시킬 수도 있지 않느냐”며 비판했다.

 

▲ Photo by Jo-Anne McArthur on Unsplash

 

코로나19 방역의 무자비한 조치로 동물들이 대량 살처분된 것은 햄스터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덴마크에서는 밍크 농장 5곳에서 밍크 12명이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발견하자 덴마크 전역의 밍크를 살처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밍크 모피 생산국인 덴마크에서 사육되고 있는 최대 1,700만 명에 이르는 밍크가 목숨을 잃었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와 스페인, 미국에서도 동일한 이유로 수십만 명의 밍크가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밍크는 전 세계적인 모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량으로 밀집사육되어 왔다. 비위생적인 철창에서 대규모로 길러지는 ‘공장식 축산’ 환경은 바이러스에 매우 취약하다. 결국 인간에 의해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온 밍크는 생의 끝에서도 인간의 안위라는 명목 하에 무자비하게 삶을 마감했다. 인간을 위해 길러져 온 밍크는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했다.

 

▲ Photo by Jo-Anne McArthur on Unsplash

 

공장식 축산업으로 인해 끊이지 않는 감염병과 대량 살처분에 죽어나가는 동물은 밍크만이 아니다. 축산을 목적으로 길러지는 소, 돼지, 닭, 오리 등의 동물들은 ‘예방적 살처분’을 이유로 대량 학살되어 왔다. 국내만 해도 지난 10년 간 최소 7,000만 명의 동물들이 전염병 예방을 위해 살처분되었다. 2010년 구제역 발생 이후 38만여 명의 소와 돼지가, 조류인플루엔자(AI)로 6,900만여 명의 닭과 오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로 47만여 명의 돼지가 고통 속에 땅에 묻혔다.

 

인류는 스스로의 과오로 코로나19를 자초했지만, 햄스터, 밍크, 소, 돼지, 닭, 오리 등의 비인간 동물들은 인간 때문에 감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인간이 모피를 입기 위해, 고기를 먹기 위해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밀집된 공간에서 동물들을 대량으로 길렀기 때문이다. 펫샵에서 판매되는 햄스터 등의 동물들도 결국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대량 사육되어 물건처럼 다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처지가 다르지 않다.

 

그들의 삶의 모습은 인간을 위해 정해졌고, 죽음의 순간조차 인간에 의해 결정되었다. 이것이 바로 폭력적인 인류의 현실이다. 잔혹한 우리의 행태를 마주할 것인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개를 돌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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