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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2

장경미 | 기사입력 2021/10/28 [19:01]

당신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2

장경미 | 입력 : 2021/10/28 [19:01]

  © pinkchickenproject.com

 

지구상에는 다양한 종의 생명체가 존재하지만 오직 인간이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지구 전체의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류세를 언제부터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산업혁명이 시작된 1780년대와 원자 폭탄이 폭발한 1950년이 주요한 변화의 기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300년도 안되는 짧은 시간 안에 지구는 방사능 물질로 뒤덮이고 온실가스를 내뿜으며 빠르게 오염되었다.

 

최근 다른 물질들을 제치고 지구의 가장 큰 오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빌런은 다름 아닌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제조에서부터 버려지고 소각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환경에 유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량은 날로만 늘어간다. 미국의 환경단체 비욘드 플라스틱은 지난 21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플라스틱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0년 안에 석탄 화력발전을 능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명백한 기후 변화의 주범이 된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이제 공기 중에도, 깊은 바다 밑에도, 해양생물의 뱃속에도,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동물들은 플라스틱을 먹잇감으로 착각하고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돌에 달라붙어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새로운 화석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새로운 퇴적 현상을 발견해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장한나 작가의 '뉴락(New Rock)'이 화제가 되었다. 새로운 돌인 뉴락은 자연의 돌과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의 쓰레기가 결합된 것으로 완벽히 인공물도 자연물도 아닌 새로운 물질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너무나도 절묘하게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탄스러운 동시에 슬프다.

 

플라스틱만큼 지구에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는 또 다른 물질은 엉뚱하게도 닭 뼈다. 닭을 떠올릴 때 하나의 동물로 바라보기보다는 치킨의 재료라는 것이 먼저 떠오를 만큼 전 세계인들은 많은 닭을 먹는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치킨의 민족이라 해도 될 만큼 닭을 식용으로 많이 소비한다. 도심에는 병아리가 태어나 닭이 자라는 시간이 과연 있기는 할는지 의문이 될 정도로 많은 치킨집이 존재한다. 조류독감에 감염되기라도 하면 적게는 천여 마리에서 많게는 몇십만 마리의 닭이 도살되고 땅에 묻힌다.

 

지구상에는 얼마나 많은 닭 뼈가 버려졌을까. 실제로 닭 뼈는 지질학자들이 인류세를 정의하는 화석 중 하나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쓰레기 매립장과 도심의 거리에 닭 뼈들이 화석화되고 있다. 지구상의 동물 중 97%가 인간과 가축이고 오직 3%만 야생동물이 차지한다. 가축도 인류가 동물을 키우고 먹기 위해 새로 들인 개념이고 그중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이 닭이니, 닭의 뼈가 인류세를 상징한다고 해도 무리가 될 것은 없다.

 

이러한 인류에게 경고를 보내는 작품이 있다. 스웨덴 출신의 작가 그룹인 '논휴먼 난센스(Nonhuman Nonsense)'가 선보인 '핑크 치킨 프로젝트(Pink Chicken Project)'는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분홍색 닭을 모티브로 하여 작품을 선보인다. 지구상에 핑크색의 지층이 나타날 수 있다는 가설을 통해 현대 사회의 과도한 소비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인간이 살다간 흔적인 인류세. 당신은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플라스틱? 아니면 닭 뼈?

 

- 기사 요약 -

1. 플라스틱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오염 물질 중 하나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사용량은 증가하고 있다.

2. 플라스틱이 인류세의 화석이 되어도 무방할 만큼 시대의 상징물이 되었다.

3. 플라스틱만큼 지구에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은 닭 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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