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뒤덮은 청어떼로 드러난 상업 어업의 민낯

김민선 승인 2022.02.16 12:01 의견 0

▲ 대서양 비스케이 만 해상을 뒤덮은 청어떼 사체의 모습     ©Sea Shepherd

 

- 기사 요약 -

1. 프랑스 남서쪽에 위치한 대서양 비스케이 만 해상에 10만 명이 넘은 청어의 사체가 약 3000㎡의 바다를 뒤덮었다.

2. 해양생태계를 휩쓸어가는 상업 어업은 국내에서도 성행하고 있다.

3. 상업 어업의 현실에 우리는 상업 어업에 의한 어류 소비를 줄이고, 생산을 줄임으로써 대응할 수 있다.

 


 

2020년 2월 발표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수산양식현황’에 따르면, 2013~2015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58.4kg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국내 수산물 소비량은 매년 급증하여 2019년 69.8kg에 달했다. 이는 육류 소비량 68.1kg(2019년 기준)에 비교하여도 높은 수치이다. 어마어마한 수산물 소비량을 어떻게 충당시켰는지 상상하기 어렵다. 이 많은 양의 해양 생물들은 어떻게 사람들의 식탁 위를 가득 채울 수 있었을까.

 

바로 단기간에 극도로 상업화된 대량 상업 어업이 뒷받침되었다. 배에서 낚시하는 목가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현시대의 어업은 무자비한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그중 극단적인 어업 방식 중 하나는 ‘트롤 어업(저인망 어업)’이다. 트롤 어선은 자루형 그물을 바다 밑바닥까지 펼쳐 해양생물들을 마구잡이로 쓸어 담는 방식이다. 특히, 그물을 벌려주는 전개판(otter board)과 그물이 해저 바닥까지 파고들어 해양생태계를 통째로 황폐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대서양 비스케이 만 해상을 뒤덮은 청어떼 사체와 트롤어선의 모습  © Sea Shepherd

 

지난 3일 대서양 한가운데에서 목격된 기괴한 현상으로 트롤 어업의 실상이 드러났다. 프랑스 남서쪽에 위치한 대서양 비스케이 만 해상에 10만 명*이 넘은 청어의 사체가 약 3000㎡의 바다를 뒤덮었다. 이는 네덜란드 소유의 초대형 저인망 트롤어선에서 청어떼가 쏟아져 나와 수면을 덮은 것이었다. 국제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Sea Shepherd)는 해당 장면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조업하던 네 개의 어선 중 단 하나에서 버려진 양이며, 이러한 트롤 어선이 1년 365일 바다를 착취하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상업 어업으로 인한 폐해를 지적하였다.

 

* ‘마리’는 ‘짐승이나 물고기, 벌레 따위를 세는 단위’이다. 비인간 동물에게만 쓰는 용어가 종 차별적이기에 인간의 수를 셀 때 붙이는 단위 ‘명’을 사용하였다.

 

어선 측에서는 그물에 구멍이 뚫리면서 의도치 않게 청어떼가 바다로 쏟아지게 되었다고 해명했지만, 시셰퍼드에서는 의혹을 제기했다. 선호하지 않는 어종을 일부러 바다에 버리는 불법 폐기의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오로지 상업적 이익만을 위해 득이 되지 않는 어종은 무참히 폐기하는 상업 어업의 행태를 보여준다. 해양 생물들을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하는 민낯이 밝혀진 것이다. 또한, 하나의 섬으로 보일 정도로 거대한 청어떼의 죽음은 트롤어선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해양생태계를 휩쓸어가는 상업 어업은 국내에서도 성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주로 보급된 방식은 ‘안강망 어업’이다. 트롤 어선과 마찬가지로 안강망 어선에서도 거대한 그물을 바닥까지 닿을 정도로 내려 생물들을 대거 포획한다. 시셰퍼드의 한국 지부인 시셰퍼드 코리아(Sea Shepherd Korea)는 국내 상업 어업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국내 안강망 어업에서는 법적으로 정해진 그물 수보다 2~5배 많은 그물을 투망하는 것이 관례임을 비판하고 있다.

 

지나친 어업으로 해양 생물들의 씨가 마르고 있는 현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상괭이와 같은 해양 포유류가 혼획되어 멸종위기에 처한 상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양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상괭이를 포함한 1,353명의 고래가 혼획되어 죽음에 이르렀다. 아무리 멸종위기종 보호에 힘쓰더라도 상업 어업이 활개를 치는 한 우리가 고래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너무나도 거대해 무력감을 주는 이 상업 어업의 현실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하나는 소비를 줄이는 것, 다른 하나는 생산을 줄이는 것을 제안한다. 첫 번째 방법은 개인이 소비자로서 어류 소비량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현재 식탁 위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어류는 상업 어업에 의한 것이기에 파괴적인 어업에 보이콧하는 형태로 행동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어업과 기타 인간의 활동을 제한하여 해양생태계와 생물종들을 그대로 보호하는 지역, 다시 말해 ‘해양보호구역’을 늘리는 것이다. 단적으로 상업 어업이 침해하는 바다의 면적을 줄이는 방안이다. 2022년 1월 기준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2.46%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조업이 모두 가능하다. 시셰퍼드 코리아에서는 정부에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최소 30% 설정하겠다는 정부의 선언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다는 금은보화가 끝없이 쏟아지는 마법의 곳간이 아니다. 인간이 바다 생태계를 착취할수록 바다는 점점 고갈되어 간다. 상업 어업으로 얻는 현재의 이익만을 탐욕하다간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은 바다를 쓸쓸히 보며 후회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바다와 해양생물들은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직시하고 함께 공존하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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