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고리 #5] 죽음 위에 쌓아 올린 인간의 우월함

쓸개를 얻기 위한 곰 사육으로 살펴본 인간의 냉혹함

김민선 승인 2022.02.05 12:01 의견 0

▲ 철창에 갇혀 있는 사육곰


기사요약

1. 인간의 완전한 비합리성을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예로, 곰의 쓸개를 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해온 관습이 있다.

2. 인간의 비합리적인 믿음과 폭력적인 관행 속에 수천 명의 곰들이 고통 속에 죽음을 맞이한 가운데 드디어 곰 착취의 역사를 청산하게 되었다.

3. 곰들은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회복하기 위해 탈출을 감행했으며, 철창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존재를 알렸다.

4. 곰들을 고통 속에 밀어 넣으며 인간만은 건강한 삶을 누리려 했던 냉혹한 이성을 뿌리치고, 연약하고 의존적인 감성으로 비인간 동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가치 있는 삶을 누려야 할 존재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은 대체 언제부터 여타 동물들보다 우월한 존재로 여겨지게 되었을까? 인류는 비인간 동물들과 달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임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써왔다. 이성적 사고를 본능적 행동보다 더 뛰어난 특성으로 상정하였고, 비인간 동물들은 오로지 본능에 충실한 존재라는 낙인을 붙였다. 이에 따라 동물을 도구로 다루기 위한 당위성을 만들어내어 인간이 동물을 사용하는 행위에 도덕적인 면죄부를 부여했다. 이러한 기반 위에 수십 세기 동안 인류는 동물을 마치 물건처럼 취급하거나, 어쩌면 물건보다 폭력적으로 소비해왔다.

 

하지만 비인간 동물이 지닌 수많은 능력들은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그들은 고통을 체감하는 것은 물론 감정을 느끼고 다른 존재와 다채로운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영위해나간다. 이와 동시에 인류에게도 완전무결한 합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우월한 특성이라 믿었던 그 이성적 사고의 결여를 수많은 사례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완전한 비합리성을 드러낼 수 있는 하나의 예로, 곰의 쓸개를 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해온 관습이 있다.

 

웅담은 예로부터 비싼 약재의 대명사로 불렸다. 동의보감에서는 웅담이 기생충을 죽이고, 눈병을 낫게 하며, 황달을 치료하는 등 효능이 뛰어나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믿음에 기대어 한국에서는 1981년 농가 소득을 높인다는 명목 하에 곰 수입과 사육을 장려했다. 이후 2005년부터는 웅담 채취가 합법화되었다. 그 사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보호해야 한다는 비판에 정부는 2014년부터 중성화 사업을 펼쳐 곰의 개체 증식을 중단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사육곰은 지속적으로 불법 증식되어 쓸개를 착취당해왔다.

 

그러나 의학 전문가들은 웅담의 효능에 대한 믿음이 과학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웅담의 주성분인 우루소데옥시콜산(Ursodeoxycholic acid)은 소화 촉진을 돕는 정도의 기능을 지니며, 치료제로서 특정한 병을 낫게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웅담 채취를 위해 길러지는 곰의 사육장은 매우 비위생적이어서 대부분의 곰은 간염, 간경화, 간암, 패혈증 등 여러 질병에 시달린다. 겨우 한 평 남짓한 공간, 철조망을 엮어 만든 뜬장, 그 아래로 배설물이 쌓여 악취가 풍기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실상 죽어가는 곰의 쓸개가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얍식  © 동물권행동 카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인간의 비합리적인 믿음과 폭력적인 관행 속에 수천 명*의 곰들이 고통 속에 죽음을 맞이했다. 2021년 기준 여전히 360여 명의 곰이 잔인한 환경 속에서 길러지고 있다. 이 가운데 드디어 곰 착취의 역사를 청산하게 되었다. 지난 26일 환경부에서는 2026년부터 웅담 채취 등을 목적으로 농가에서 곰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밝히며, 사육곰 사업의 종식을 선언했다. 이는 환경부와 사육곰협회, 4개의 환경 및 동물 단체(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녹색연합), 전남 구례군, 충남 서천군이 함께 체결한 협약으로 첫발을 뗐다.

 

* ‘마리’는 ‘짐승이나 물고기, 벌레 따위를 세는 단위’이다. 비인간 동물에게만 쓰는 용어가 종 차별적이기에 인간의 수를 셀 때 붙이는 단위 ‘명’을 사용하였다.

 

정부의 곰 사육 종식 선언에는 민간단체의 노력이 뒷받침되었다. 녹색연합은 2000년 초반부터 곰 사육 정책을 비판하며, 폐지를 위한 서명 운동, 사육곰 실태 조사, 사육곰 구조 등을 추진해왔다. 특히, 여러 환경・동물 단체에서는 곰 보호를 위한 생츄어리를 조성할 것을 주장한다. 생츄어리는 ‘보금자리’라는 뜻으로, 야생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동물들이 삶을 충분히 누리며 평생을 머무를 수 있는 안식처를 말한다. 동물자유연대는 2020년 사육곰 22명을 구조하여 미국에 위치한 생츄어리와 이주 협약을 맺었으며,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해 6월 화천의 곰 농가에서 곰 15명을 구조하여 곰 생츄어리 건립을 위해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민간단체의 노력과 함께 곰들의 직접 행동은 사육곰의 현실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 이후 농가에서 곰이 탈출하는 사건은 스무 차례나 발생했다. 인간은 곰을 웅담 착취를 위한 도구로서 무자비하게 대했지만, 곰은 분명히 생명으로 가득 찬 존재였다. 그들은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 자신을 회복하기 위해 탈출을 감행했다. 철창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존재를 알렸다. 어떻게든 나가고 싶은 마음으로 좁은 철창 틈 사이에 손을 뻗어보고, 철창을 입으로 씹기도 했다. 감금과 학대에 대항하던 사육곰의 외침은 온전히 인간의 잔인한 이성에 의해 무시되었던 것이다.

 

합리적인 사고와 이성적 판단은 오직 인간의 유물이 아닐뿐더러, 다른 존재의 아픔에 공감하며 감성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우월한 것이 아니다. 나아가 죽음 위에 지어진 이성이 진정 옳은 것을 추구하는 합리적 사고인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결국 곰들을 고통 속에 밀어 넣으며 인간만은 건강한 삶을 누리려 했던 냉혹한 이성을 뿌리치는 것만이 남았다. 우리의 연약하고 의존적인 감성이야말로 비인간 동물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가치 있는 삶을 누려야 할 존재임을 받아들이게 할 힘이 될 것이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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