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보온, 보냉 기능 때문에 텀블러 사용자가 증가했다. © unsplash(battle creek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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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1. 텀블러 소비를 부추기는 문화는 친환경적이지 않다.
2. 기후 변화 측면에서 보면,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50회 이상 사용할 때 일회용 컵보다 친환경적이다.
3. 1994년 연구에 따르면 유리 텀블러는 최소 15회, 플라스틱 텀블러는 17회, 세라믹 재질은 최소 39회 사용하면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보다 친환경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카페 음료 문화가 정착하면서 음료를 포장해서 마시는 사람들도 늘었다. ‘아아’, ‘따아’, ‘얼죽아’ 등 줄임말도 생겨날 정도로 카페 문화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카페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경쟁은 과열되었고 카페 점주들은 커피의 맛뿐만 아니라 음료 포장재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따뜻한 음료는 종이를 사용하고 차가운 음료는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최근 썩는 종이 빨대가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빨대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종이소재 컵홀더나 합성소재 컵홀더도 사용된다. 2,000원, 많게는 5,000원 음료에 꽤나 많은 일회용품이 사용되는 것이다.
종종 포장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포장에 사용된 색상이 화려하기도 하고 때로는 종이컵을 겹쳐서 두 개를 제공하는 카페도 있다.
일회용품을 사용이 환경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플라스틱은 잘 썩지 않기 때문에 지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심각하고 종이의 경우에는 쓸데없이 많은 벌목을 유발하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텀블러’다. 대부분의 텀블러는 기본적으로 보온 기능과 보냉 기능을 갖추었기 때문에 일회용품에 담긴 음료보다 온도를 잘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무엇보다 텀블러는 다회 사용이 가능하다. 친환경적이고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죄책감을 덜 수 있다. 음료를 마신 뒤 세척하여 사용한다는 점이 귀찮을 수 있겠지만, 기꺼이 번거로움을 감내하면서 ‘텀블러 이용’을 즐겁게 실천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텀블러에 관한 관심이 늘어난 만큼 텀블러 수요층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텀블러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들은 철마다 콘셉트를 달리하여 텀블러를 찍어내고 있다. 이는 마치 일회용품을 찍어내는 양상과 그리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카페 매대에 진열된 다양한 디자인의 텀블러들이 카페에 방문한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철마다 바뀌는 옷 가게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정말 큰 문제는 이렇게 텀블러 소비를 부추기는 기업과 다양한 텀블러를 원하는 소비자의 쿵짝이 맞는다는 것이다. 친환경을 이유로 소비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 소비자도 부추김에 지갑을 열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텀블러는 얼마나 친환경적일까? 친환경성 계산은 간단하다. 생산하고 폐기하는 데 드는 환경적 총비용을 일회용 컵과 텀블러를 비교해보면 된다. 캐나다의 환경보호·재활용 단체 CIRAIG 보고서는 기후 변화, 인체 건강, 자원, 생태계의 질, 물 소비량 등 총 5가지 기준에 따라 텀블러의 친환경성을 평가했다. 기후 변화 측면에서 보면, 도자기 컵은 100회 이상,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50회 이상, 폴리프로필렌 텀블러는 20회 이상, 폴리카보네이트 머그컵은 90회 이상 사용할 때 일회용 컵보다 친환경적이다. 자원 측면에서는 어떨까? 도자기 컵은 50회 이상,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40회 이상, 폴리프로필렌 텀블러는 20회 이상, 폴리카보네이트 머그컵은 50회 이상 사용할 때 일회용 컵보다 친환경적이다.
다른 연구를 살펴보자. 미국 수명 주기 에너지 분석 연구소(Institute for life cycle energy analysis)의 1994년 연구에 따르면 유리 텀블러는 최소 15회, 플라스틱 텀블러는 17회, 세라믹 재질은 최소 39회 사용하면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하는 것보다 친환경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20년도 더 된 연구이기에 현대 상황에 맞게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
항간에 알려진 잘못된 정보 중 ‘텀블러 효과를 보려면 1,000회 사용해야 한다’는 정보가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정확히 몇 번의 텀블러 사용이 친환경 효과가 있는지는 좀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넉넉하게 생각해서 100회 이상 사용하면 친환경 효과가 있다고 전제하면, 과연 1년에 몇 개의 텀블러가 필요한가?
이는 음료를 마시는 횟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음 물음에 대답하며 스스로 ‘나의 텀블러 친환경성’을 점검해보자.
1. 나는 1년에 몇 개의 텀블러를 구매하는가?
2. 나는 일주일에 몇 잔의 음료를 포장해서 마시는가?
만약 일주일에 5회 이상 음료를 마신다면, 1년에 260회 이상 음료를 마시게 된다. 그렇다면 2.6개의 텀블러 정도 산다면 매일 일회용 컵을 이용할 때와 같은 환경 효과를 내는 것이다. 만약 1년에 1개의 텀블러를 산다면, 1년에 160개의 일회용 컵을 아낄 수 있다. 2년에 한 번씩 텀블러를 산다면, 1년 동안 210개(420개/2년)의 일회용 컵을 절약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개인에 따라 음료를 마시는 횟수에 달라진다.
결론적으로 텀블러는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친환경을 이유로 텀블러를 여러 개 구매한다면 오히려 환경에 독이 될 수 있다. 위생 관리를 위해서 적정한 시기에 텀블러를 교환해줄 필요는 있지만 환경을 위해서 되도록이면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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