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et Voice : 문화Culture] “동물의 초상은 곧 인류의 초상” 고상우 작가의 멸종위기동물

공존해야 하는 운명, 동물이 사라진다면 우리도 사라진다.

김지영 승인 2022.07.01 16:59 의견 0

  고상우 작가 © 사비나미술관

 

소수자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고상우 작가의 작품 세계에 또 다른 소수자가 등장했다. 그간 사람의 초상을 통해 소수자의 사회적 위치와 상황을 고발해왔다면 이번에는 멸종위기종이라는 ‘소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상우 작가는 “멸종위기동물의 초상은 곧 인류의 초상”이라고 말한다. 그는 직접 동물과 눈맞추고, 대화하고, 교감하며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 대중에게 선보였다. 플래닛타임즈는 오는 6월 15일부터 8월 21일까지 사비나 미술관에서 열리는 고상우 작가 개인전 <Forever Free - 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에 방문해 작가가 전하는 멸종위기동물의 메시지를 직접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플래닛타임즈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멸종위기동물보호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시각예술가 고상우입니다.

 

Q. 작가님의 프로필을 보면 무척 화려합니다. 20대 초반부터 예술가의 길을 걸어온 것 같아요.

A. 14살 때 한국을 떠났습니다. 미국의 미술 교육 시스템이 조금 더 체계적이고 자유로운 것 같아서 조기유학을 결심했죠. 사춘기 시절을 쭉 미국에서 자라 이민 2세의 삶을 살면서 사춘기 시절을 보냈어요. 그때 소수자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소수자였거든요. 소수자에 대한 작업을 계속하다가 시카고예술대학이라는 좋은 미대에 진학했고, 졸업전시를 통해 굉장히 유명 화랑에 발탁됐어요. 스물두 살 때 미술계에 성공적으로 데뷔했죠. 당시에 참여했던 전시에서 ‘최연소 참가’라는 타이틀을 갖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작품을 통해 전달했던 메시지를 미국 사회와 미술계가 긍정적으로 봐주셨던 것 같아요.

 

Q. 퍼포먼스, 사진을 복수 전공했던데, 이 점도 독특하다 생각했습니다.

A. 자화상 작업을 하다 보니 집에서 매일 여장을 하고 등교를 했어요. 그때 셀프 카메라를 계속 찍으면서 감정 표현을 했죠. 그때 저는 좋은 감독이 되려면 먼저 좋은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감독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카메라 앞에서 감정 연기를 할 줄 알아야 모델을 디렉팅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진 공부를 하면서 퍼포먼스를 복수 전공하게 됐죠. 연기하고, 찍고, 또 연기하고 찍는 과정을 거치면서 제 작업을 구체화했어요. 그 단계를 벗어난 후에는 저 대신 여성 모델들을 세워 20년 정도 작업을 했습니다.

 

Q. 앞에서 잠깐 언급하셨는데, 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신 이유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A. 프리 빌리지(Privilege)라고 하는데, 1990년도 당시에 제 눈에는 미국에서 가장 특혜를 받고 사는 계급이 백인 여성으로 비췄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시야가 넓어졌지만, 제 사춘기 시절에 했던 질문들은 지금도 타당하다고 생각해요. 인형가게를 가도 바비인형은 금발의 백인 여성이었고, 미스 유니버시티도 백인 여성이었어요.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당시 저는 동양 남성이 계급사회에서 아래라고 생각했어요. 동양인이 미국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금융계로 가는 루트밖에 없었죠. 그 외에 예술이나 문학에서는 전무했거든요. 이런 계급사회가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백인 여성으로 변장하고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 사비나미술관 3층 전경  © 사비나미술관

 

▲ 사비나미술관 3층 전경  © 사비나미술관

 

Q. 이번 전시는 기존의 전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같습니다.

A. 저는 소수자를 대상으로 촬영을 해왔어요. 멸종위기종 역시 제게 소수자입니다. 저는 이 아이들을 사람으로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말이 ‘동물의 초상화를 인물의 초상화로 격상시켰다’입니다. 정확하게 제가 의도한 바였어요. 이번 전시는 개체 수가 얼마 남지 않은 동물들을 찾아다니면서 사진 찍고 연구하고, 눈을 마주치려고 했던 노력했던 지난 3년간 지속했던 작업입니다.

 

Q. 전시를 관람하다가 오랫동안 바라볼 수밖에 없던 작품들이 있었어요. 특히 <순환>과 <존재>가 그랬습니다. 이 두 작품은 어떤 의미를 담으신 건가요?

A. 올해 ‘신년 인사회’ 배경으로 등장한 <운명> 이후의 작품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입니다. 한국의 호랑이 운명이가 교미에 성공해 숙명이를 낳은 후 시간이 흘러 뼈대만 남기고 사라지는 생태계의 사이클(순환)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결국 <순환>의 뼈대는 운명인 거죠. 쉽게 말해 한국의 마지막 멸종위기 호랑이의 일대기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운명(DESTINY), Ultrachrome HDR Print on Museum Glass, 150x150cm, 2019
© 고상우 by 사비나미술관

 

“나는 사라지지만 이동의 순환을 견딘다. 다시 한번 나는 다음 순환에서 태어날 것이다. 나를 둘러싸고 피어날 꽃들로 가득한…”

 

<존재>는 일본의 학자들이 한국의 마지막 범이 죽은 이야기를 쓴 책을 보고 구상한 작품입니다. 한국의 마지막 범은 가죽이 찢어져 죽었어요. 그 책에 가죽이 팔려 나가는 장면은 충격적이었죠. ‘우리에게는 총과 칼이 없습니다’라는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들이 내게 보내는 눈빛에서 느껴졌어요. 총과 칼이 없으면 우리는 저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데 좀 비겁하다고 생각했죠.

 

“우리는 항상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좁혀질 수 없는 그 거리. 둘이 같이. 너희들은 총과 칼로 우리를 쫓고 우리는 송곳니와 힘으로 맞선다.”

▲ 레오(LEO), Ultrachrome HDR Print on Museum Glass, 150x150cm, 2022
©고상우 by 사비나미술관

 

Q. 동물의 정면 사진을 찍기 위해 동물들을 찾아다니고, 눈맞추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셨다고 들었어요.

A. 2019년도 때는 완전히 아날로그 방식이었어요. 태국, 사파리, 아프리카를 다이념서 동물 사진을 찍고 레퍼런스를 모으는 방식이었죠. 사실 호랑이나 범 같은 맹수들은 저희가 다가가기에는 많이 위험해요. 그래서 내키지는 않지만 동물원을 자주 방문했어요. 한국에서는 서울대공원을 주로 방문했어요. 동물들과 눈을 마주치려고 노력하는 동안 아이들을 스케치했어요. 도저히 눈 마주칠 수 없는 동물들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사진을 찍어서 응용해 그림을 그렸어요.

 

▲ 다시 뛰는 심장(HEARTBEAT AGAIN), Ultrachrome HDR Print on Museum Glass, 150x150cm, 2022
©고상우 by 사비나미술관

 

Q. 동물원의 동물과 자연의 동물은 표정이나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 역시 이런 점을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A. 저 역시 그런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사파리를 다녀왔죠. 사파리는 초원의 자연인데, 막상 가서 제 눈으로 본 사파리는 이미 관광자원이었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몇만 평의 동물원처럼 느껴졌죠. 이미 그 안에는 호텔 리조트가 들어와 있었어요. 지금 지구상에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동물이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WWF와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단체의 호랑이 학자나 연구원과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현재 중국과 러시아에 호랑이가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해요. 대자연에 있는 아이들과 마주칠 기회가 없을 수밖에 없죠.

 

Q.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동물들의 감정이 내게 전해지는 기분이라 복잡한 감정이었습니다.

A. 저는 인물 작업을 할 때 눈을 가리거나 감게 했어요. 눈을 마주치는 게 별로 아름답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동물의 눈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업에서는 동물을 빌려 ‘드디어 눈을 떴다’라고 표현했어요. 저는 이 모든 작품이 인간의 초상화임과 동시에 제 자화상이라고 생각해요.

제 작품을 소장한 분들은 다들 한결같이 똑같은 말을 하세요. 내가 슬플 때 동물도 날 슬프게 보고, 내가 화났을 때는 동물도 화가 나 있어서 소름 돋을 때가 있다고 말이죠. 감정의 전의, 제가 의도한 바였습니다. 내 감정을 그대로 반영해 주는 거울이 되어주는 것, 그게 진정한 눈맞춤 같아요.

 

▲ 터널(TUNNEL), Ultrachrome HDR Print on Museum Glass, 150x150cm, 2022
©고상우 by 사비나미술관

 

Q. 작업할 때 가장 힘들었던 동물이 있나요?

A. <동굴>이란 작품이 가장 힘들었어요. 실제로 북극곰의 경우 너무 슬퍼서 몇 번 중단했거든요. 얼음물이 떨어져 내리는 장면을 작업할 때는 정신 바짝 차리고 하지 않으면 너무 힘들었어요. 아픈 아이들을 제가 더 아프게 하는 것 같았고, 무척 잔인한 것 같았거든요.

 

Q. 꼭 작업하고 싶은 동물도 있을까요?

A. 반면에 치타, 기린, 거북이, 얼룩말처럼 멸종이 아니지만 꼭 작업하고 싶은 아이들이 있어요. 많은 분이 소는 왜 나왔냐고 물어보셨는데, 소만큼 절대적으로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는 동물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인간을 위해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동물이니까요.

 

Q. 환경을 위한 예술ᆞ예술가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전시장 1층에 있는 방명록을 보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재활용부터 다시 해야겠어요” “소고기를 앞으로 안 먹겠습니다”라고도 적혀 있는데 제가 누군가의 식단까지 바꾸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걸 실감했죠. 고기를 먹지 말자는 주의는 아니지만 조금 더 경각심을 갖고 환경과 동물을 대하자는 게 제가 원하는 거예요. 동물이 멸종하면 우리도 멸종하거든요. 인간도 멸종 위기 관심 대상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만의 상상력일 수 있지만 코로나19나 원숭이두창은 동물들이 보내는 경고 같고요.

 

Q. 기부 캠페인도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A. 인물 작업할 때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죄책감이 없었는데, 어쨌든 멸종위기동물을 제가 이용하든 응용하든 저 아이들과 같이 교감을 해서 작품을 만들었잖아요. 저는 이걸 100% 기부나 캠페인 없이 상업적으로 다 소진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저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선택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왠지 모르겠는데 멸종위기동물을 테마로 작업을 했으면 일부는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 2층 전시 전경  © 사비나미술관

 

Q. 전시회를 방문하는 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부탁드립니다.

A. 동물과 인류는 공존하고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입니다. 저들이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을 꼭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전시회의 작품들은 사람의 눈높이인 1미터 70센티에 최대한 맞췄어요. 그래서 눈을 마주치고 편하게 교감을 할 수 있습니다. 장시간 교감하고,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함께 공존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해 봐 주셨으면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Planet Time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