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크만의 남방큰돌고래, 그들의 복잡한 사회

김희윤 승인 2022.09.24 08:01 의견 0

▲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만. Photo by Dylan Shaw on Unsplash.

 

기사 요약  

1. 오스트레일리아 샤크만에는 1982년부터 연구되어 온 남방큰돌고래 개체군이 있다.

2.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샤크만의 수컷 남방큰돌고래는 다양한 동맹 관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3. 다른 무리가 동맹을 형성하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인간을 제외하고는 처음 관찰된 현상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서쪽에 있는 샤크만(Shark Bay). 그 생태학적인 특별함 덕분에 1991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풍성한 해조 숲이 있고, 멸종위기종이기도 한 듀공이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무려 30여 억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구의 역사를 알려주는 스트로마톨라이트(남조류가 퇴적되어 형성된 화석)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샤크만에는 여러 국가의 연구자들이 1982년부터 연구해온 유명한 남방큰돌고래(Indo-Pacific bottlenose dolphin) 개체군이 있다. 올해로 무려 40년째에 접어들었다.
 
지난 8월 29일,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와 미국, 스위스, 호주의 연구진은 샤크만의 남방큰돌고래가 인간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다층적인 '동맹(alliance)' 네트워크를 구성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자주 관찰되었던 121마리의 성체 남방큰돌고래의 음향과 행동 관찰 기록을 토대로 개체 간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분석했다.
 
샤크만의 남방큰돌고래 수컷은 2~3마리의 개체로 구성된 1차 동맹을 형성하는데, 이 1차 동맹은 4~14마리의 수컷으로 구성된 2차 동맹 내에서 형성된다. 이 2차 동맹은 수컷 남방큰돌고래의 사회적 네트워크의 핵심 단위다. 여기까지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 2차 동맹 사이에 3차 동맹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동물계에서 무리 내 개체들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무리 간에는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른 무리가 동맹을 형성하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인간을 제외하고는 샤크만의 남방큰돌고래에서 처음 관찰된 것이다.
 

▲ 샤크만의 남방큰돌고래 수컷의 사회적 네트워크. 각각 다른 색상의 점은 2차 동맹(4~14마리)이나 1차 동맹(2~3마리)에 속하는 개체를 나타낸다. 이들 사이에는 종종 3차 동맹(동맹 간 동맹)이 형성된다. 

 
샤크만의 남방큰돌고래 수컷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나타낸 그림에서 각각 다른 색상의 점은 2차 동맹(4~14마리)이나 1차 동맹(2~3마리)에 속하는 개체를 나타낸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종종 3차 동맹(동맹 간 동맹)이 형성된다. 예를 들어 진보라색 동맹과 연보라색 동맹 간에는 3차 동맹이 형성되어 있고, 진초록색 동맹과 연초록색 동맹 사이에도 3차 동맹이 형성되어 있다.
 
서로 우호적인 '동맹'은 암컷 무리와 어울리기 위해 서로 협력한다. 어미와 새끼(특히 딸) 사이의 끈끈하고 오래 지속되는 유대 관계로 유명한 남방큰돌고래 암컷 무리 중 임신할 준비가 된 암컷 개체는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러한 암컷과 시간을 보내고 성적으로 유혹하려면 수컷 개체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두 우호적인 동맹 관계의 무리가 한 적대적인(동맹이 아닌) 관계의 무리를 공격하여 암컷을 데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87년에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리처드 코너 박사(연구의 제1저자)가 처음 관찰한 이래 꾸준히 관찰되어온 현상이다. 따라서 전략적인 동맹 관계는 수컷 개체의 번식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연구는 분석을 통해 이를 증명해냈다.
 
취리히대학교 인류학연구소의 마이클 크뤼첸 소장은 침팬지와 같은 비인간 영장류뿐만 아니라 돌고래와 같이 "다른 고도로 사회적이고 뇌가 큰 분류군을 조사함으로써 이전에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특성의 진화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복잡한 사회적 관계는 큰 두뇌와 높은 지능이 진화하게 된 원동력으로 알려져 있고, 남방큰돌고래는 비슷한 크기의 친척들보다 몸 크기 대비 뇌의 용량이 세 배나 더 크다. 게다가 샤크만의 환경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남방큰돌고래의 밀도도 높아서 이 지역의 남방큰돌고래가 다른 개체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리처드 코너 박사는 인터뷰에서 샤크만을 '해양생물학자들의 천국'이라고 표현했다.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고 그 연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에, 샤크만의 남방큰돌고래는 더욱 매력적이다. 관찰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관찰은 더욱 풍부해진다. 그리고 축적되어가는 연구는 장기적인 연구가 아니면 밝힐 수 없었을 놀라운 비밀들을 하나둘씩 꺼내놓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인간과 수많은 '비인간 동물'을 갈라왔던 선을 흐리게 할 것이고, 우리 자신의 사회적 진화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다. 기후변화가 이 독특한 생태계를 뒤흔들고 복잡한 그들의 사회를 단순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참고문헌

 

 

 

저작권자 ⓒ Planet Time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