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연금의 탈석탄 선언과 호주의 탈석탄 연금 "Future Super"

국민연금의 탈석탄은 선언에 그칠까?

김영진 승인 2022.10.04 14:01 의견 0

 

기사요약

1. 기후 위기, 석탄과 헤어지지 못한 한전, 그리고 국민 연금의 빌어먹을 삼각관계

2.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은 "선언 뿐인 선언"일까?

3. 호주의 탈석탄 연금 "Future Super"와 우리나라 국민 연금의 미래


 

기후 위기, 석탄과 헤어지지 못한 한전, 그리고 국민 연금의 삼각관계

 

2022년 한반도엔 8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강남을 포함한 중부지역 여러 곳이 물에 잠겼다동시간대에 남부지역은 폭염을 경험했다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변화를 지목했다. 올해 여름 전국민은 폭우와 폭염,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날씨 상황을 경험하며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체감했다.

 

체감된 기후 재난은 사람들을 광장으로 모이게 했다. 9월 기후행동의 달을 맞이하여 지난 924, 9월 기후 행동의 달을 맞이하여 서울에서는 기후행진이 주최 추산 35000 (경찰 추산 1만여명)이 신속한 기후위기 대응을 한 뜻으로 모아 외쳤다. 여론은 기후 위기 대응에 더이상 늦장부릴 수 없다는 것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갔지만, 국가의 기후 위기 대응은 "선언 뿐인 선언" 또는 "아주 먼 미래의 그럴싸한 계획" 수준에 머물고 현실성을 잃어갔다.

 

정부는 2021년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50년 탄소 중립과 석탄감축 정책을 발표했다우리나라 정부는 이 날 205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을 폐지하고,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할 것을 선언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한 것은 절대 아니라며 우리는 2030년 석탄발전 중단이 불가하기 때문에 탈석탄동맹은 가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선언은 했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서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갖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은 우리나라의 전력수급의 약 44%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이 모든 사업의 운영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건 대표적인 공기업 한국전력과 그 곳에서 파생된 발전 자회사들이다. 정부가 큰 책임을 지고 있고, 결정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한 행동을 미래 세대에게 떠넘긴 셈이다.

 

올해 한전의 연간 영업적자는 24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정부는 한전의 방만한 경영과 운영을 핑계로 전기 요금을 동결시켰다. 역사적으로 석탄화력 및 원자력을 통해 값싼 전기요금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 발전이 큰 동력이 있었다고 평가한들, 현재는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들이 좌초자산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미세먼지 문제, 온실가스 배출 문제 등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했음에도 현상유지를 택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공단이 한전의 지분 약 2,200만 주 가량의 추가 취득 계획을 발표했다국민연금이 그동안 한전과 한전 자회사에 대한 투자로 인해 9천억원 가량의 손해를 봤음에도 한전은 우량기업이라고 판단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결정은 전 세계 금융권이 탈석탄과 기후 금융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다는 점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지만, 국민 연금이 큰 손해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에 투자를 이어나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 해석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있는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한국 국민이라면 의무가입 대상이며, 이러한 제도를 통해 전국민의 피와 땀으로 약 785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3위 규모로 성장한 연기금이다. 한국에서 노동을 하게 되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민연금에 우리의 월급의 총 9% 4.5%는 고용주가, 나머지 4.5%는 자부담으로 우리가 매달 꼬박꼬박 내야 한다. 즉 이러한 결정에 동의를 하든 안하든 개인의 경제 활동이 석탄 발전에 활용된다는 점이며, 심지어 꽤 큰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내가 꼭 기후변화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고, 텀블러도 쓰고, 장바구니 챙기고, 재활용을 열심히해도 내 경제 활동으로 만든 나라님의 "곗돈"으로 온실가스를, 그리고 미세먼지를 뿜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은 "선언 뿐인 선언"일까?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은 탈석탄 선언을 했지만 현재까지는 선언에 불과한 형편이다.

 

지난해 5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국민연금기금 투자 제한 전략 도입 방안’을 심의·의결하면서 국민연금이 탈석탄을 본격 선언했다. 탈석탄 선언에서 국민연금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책임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투자배제전략(네거티브 스크리닝)을 담은 구체적인 탈석탄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으로 밝혔다. 전문가들 및 기후행동가들은 세계적인 기후 금융의 추세와 더불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라는 점에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후속작업으로 투자제한전략 기준에 부적합한 기업들을 선별하기 위해 지난 3월 공청회에서 ‘석탄회사’에 대한 기준으로 석탄 관련 매출 비중을 50% 또는 30%인 안을 고려할 것을 밝혔다. 이는 독일 환경단체 우르게발트가 개발한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Global Coal Exit, GCEL)의 기준인 20%에 비해 너무 안일한 수치로 평가받기도 했다.

 

지난 4월 석탄투자 기준선을 다룬 용역을 딜로이트 안진을 통해 마치며 30% 에서 50% 선의 석탄발전 매출 비중을 결정하는 3개 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말한 구체적인 탈석탄 로드맵은 시간이 걸리는 듯 했다.

 

그리고 탈석탄 선언 후 1년 반 정도가 지난 923, 국민연금 기금운용회는 제5차 보고 안건에 대해  '탈석탄 전략'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 날 기후솔루션, 환경운동연합, 플랜1.5, 녹색연합 등 170여개 시민단체들은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에게 "해외 주요 연기금은 탈석탄 이행을 넘어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투자배제 정책을 이행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은 지난해 탈석탄을 선언해놓고도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몇몇 언론사에서는 정치적인 셈법이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했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10차 전력수급계획에 있어 강릉과 삼척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한전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탈석탄 선언을 하는 경우 이해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가입할 수 밖에 없는 국민 연금이 석탄 투자를 이어나간다면, 우리는 전례없이 전국민이 탄소배출을 법적으로 강제당하는 상태가 이어질 것이다. 심지어 수익률조차 좋지 않다면 내가 낸 연금을 보장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호주의 탈석탄 연금 "Future Super"

 

우선 호주는 연금제도가 국가 주도로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연금과 같은 단일 연기금을 운용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규모의 연기금 회사를 직접 고를 수 있는 구조이다. 호주에서는 고용주가 직원을 위해 연금 펀드에 적립해야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주급의 10.5% 이상을 직원을 위해 내야한다. 연금 회사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고객들은 자신의 경제규모, 연금 회사의 상황을 고려한 결정을 한다.

 

탈석탄 선택권이 없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호주에는 탈석탄 연금회사가 있다. 호주의 "Future Super"는 탈석탄 투자 및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중점으로 두며 전반적으로 윤리적인 투자에 중점을 둔 연금서비스를 제공하는 호주의 연금 펀드이다. 2014년 설립된 Future Super는 약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관리하며 호주 전역에서 36,000명 이상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소규모 연금 회사이다.

 

이 회사는 2013년 호주 녹색당 상원 의원 선거에 나섰던 사이먼 세이크(Simon Sheikh)와 윤리적 투자 전문가 애덤 버레이(Adam Verwey)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들은 투자 방법을 설명하며 연금이 미래를 대비한 목적을 위한 은퇴 저축이라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는 기후 위기와 화석연료에 여전히 투자하는 역설적인 형태를 비판하며 현재의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연금 시스템의 변화를 위한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들의 투자 원칙의 첫번째는 금융 및 운송 산업을 포함한 화석 연료 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및 자산을 포함한 모든 포트폴리오에서 탈석탄을 주도하는 것이다. 전세계 평균 온도 상승을 1.5 ℃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에 의하여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는 좌초자산이 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번째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활동에 대한 투자이다. 기후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투자 상품을 식별하고, 상품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같은 생각을 가진 투자자들과의 협업으로 상품을 생성하는 활동을 하며 기후변화와 불평등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임팩트 투자에 자본의 일부를 투자한다.  

 

세번째는 책임 있는 투자를 이끌기 위한 주주 총회 시 투표 및 참여이다. 이를 통해 투자하고 있는 회사가 기후 영향을 고려할 수 방법으로 기존의 방법을 개선할 수 있게끔 참여하며, 주주 결의안을 의결하는 방법에 대해 다른 파트너 투자자들에게 조언하기도 한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 있는 모든 투자를 고객들 및 잠재 조객들이 볼 수 있도록 자료를 웹사이트를 통해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으며, 어떤 기업들이 스크리닝 프로세스를 통해 실제로 제한이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호주의 대표적인 석탄 연료를 기반으로 한 광산기업이나 에너지기업, 그리고 그들을 투자하는 금융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사의 투자와 관련된 탄소 배출량을 자세히 설명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한다.

 

그들의 서비스에선 기본적으로 첫번째는 단순히 탈석탄 투자를 기반으로한 옵션, 두번째는 소셜임팩트 및 재생에너지 투자가 추가된 옵션, 세번째 옵션에선 2단계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여 20%의 성장 목표로 기후위기 솔루션을 추가하는 옵션 총 세가지 가입 옵션을 제시하며, 이 모든 옵션을 혼합한 형태의 서비스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그들은 웹사이트(https://www.myfuturesuper.com.au/)를 통해 표준 연봉 대비 연금이 투자 규모와 그 투자가 어느정도의 탄소 상쇄를 이뤄내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가치에 동의한 호주인들의 가입이 늘고 있으며, 최근 실적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각 옵션의 런칭 이후 출시일 기준 성장률은 모든 옵션들이 5% 이상의 성과 및 수익을 이뤄내고 있다. 최근 있었던 마이너스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탈석탄 원칙이 변함이 없을 것을 강조하며, 가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신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탈석탄 연금을 향해

 

우리가 하는 노동이, 그리고 생활하면서 쓰는 에너지는 전혀 연금과 관련이 없을 것 같아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현재도 세계 최대 수준이고, 미래는 더욱 당혹스럽다. 국민 연금은 낮아진 출산율로 인한 지출 부담은 미래세대로 미뤘다. 현 시점의 젊은 세대들이 연금을 수령하려면 연기금이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둬야 그 부담이 그나마 줄어든다.

 

연금의 지속 가능성은 수익률에 달려있으며, 2021년에는 해외주식으로 91조원의 수익을 내며 10%가 넘는 수익률로 모두를 놀래킨 사례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2055년에는 기금이 고갈된다는 전망도 있다. 같은 자료에선 정부가 탈석탄을 강조한 2050년에는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당 수급자 수가 93.1명으로 늘어나고, 2050년에는 국민연금기금의 재정수지가 마이너스 80.1조원에 이르게 될 것이며 현 30대는 국민연금을 만날 수 없는 가능성을 내포했다.

 

국민연금은 자금 전체 운용에 있어 탈석탄을 하지 않더라도, 우선적으로 호주의 Future super의 예시처럼 여러가지 옵션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예상 전망과 현 수익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 스스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가입자 스스로가 어떤 포트폴리오에 투자할지를 결정한다면 어떤 게 여론인지도 국민 연금에서 더 명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하기로 한 탈석탄을 미루기만 해선 답을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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