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빛으로 그려낸 인류

Luzinterruptus

유시윤 승인 2022.10.05 18:01 의견 0

 

  Mutant Weeds. photographed by Gustavo Sanabria © 2022. Luzinterruptus All rights reserved

 

도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한결같이 도시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 빛의 피날레는 시간의 경계, 낮과 밤의 경계를 흐트러뜨린다. 이처럼 밤이 없는 도시에서 빛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때로는 눈이 부실 만큼 환한 빛들이 도시의 밤을 꾸민다. 그 빛들은 신호등부터 간판, 가로등, 네온사인까지 저마다 목적을 가지고 도시의 거리를 비춘다. 그런데 이 빛을 이용해 조금 색다른 일을 하는 집단이 있다.

 

꺼지지 않는 빛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의 밤을 꾸미는 익명의 예술 단체 ‘Luzinterruptus’! 

빛(luz)스위치(interruptus)라는 뜻을 가지는 루진테럽투스(Luzinterruptus, 이하 루즈로 칭함)가 그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도시의 빛을 소재로 우리가 잊고 사는 중요한 문제들을 재조명하기 때문이다. 15년가량을 활동하며 철저하게 익명성을 지켜온 미스테리한 예술 집단을 플래닛타임즈가 인터뷰를 통해 파헤쳐 봤다.

 


 

Q. 안녕하세요 루즈! 익명의 집단과 소통할 수 있다니 정말 기쁘고 놀라운데요?

A. 안녕하세요. 빛으로 도시예술을 만드는 집단, 루진테럽투스입니다. 저희 멤버들은 각자 예술 분야에서 오랜 기간동안 활동했어요. 저희를 하나로 묶어주는 발상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공공장소에, 순간 지나가는 사람들도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눈을 사로잡는 작품’을 설치하는 것이죠.

 

Q. 작품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시나요?

A. 저희가 느끼는 환경의 고통과 급속히 악화되는 지금 상황에 대한 우려를, 마드리드와 같은 대도시의 공공장소를 배경으로 표현합니다. 너무나 명백하지만, 일상적이어서 놓치고 마는 문제들을 재조명하기도 하고요.

또 단순히 ‘저희’에게 특별해 보이는 장소나 물건에 예술적 의미를 두기도 합니다. 아무 의도 없이 놓여있는 물체나 공공장소에 널브러진 것들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고 작업하며 활용하죠.

 

  Labyrinth of plastic waste photographed by Montaña Pulido © 2022. Luzinterruptus All rights reserved

 

Q. 왜 하필 빛이죠?

빛은 저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요소임과 동시에 저희에게 가장 영감을 주는 재료입니다. 그래서 작품에 사용하죠. 또 시각적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작품에 따라 빛의 효과를 최소화하기도 극대화하기에도 유용합니다.

그리고 빛을 사용하면 도시를 전혀 손상시키지 않으며 다른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할 때에 서로 영향이 크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고 작업이 가능합니다.

 

  Transitable Plastic photographed by Colossal Pro. © 2022. Luzinterruptus All rights reserved

  Labyrinth of plastic waste photographed by Lola Martínez © 2022. Luzinterruptus All rights reserved

 

Q. 처음 그룹으로 활동하신 경험이 듣고 싶어요.

A. 저희는 2008년 초에 처음, 당시 활발히 활동하고 있던 '도시 예술 운동 단체'의 지원을 받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루즈는 삶과 예술이 만나면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거라고 믿는 공통된 관심사와 흥미를 가진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각자 직업을 하며 빛을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모두 잘 알고 있었기에 빛을 활용한 저희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끼리 자금을 조달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큰 게릴라 설치예술의 형태를 빌려 많은 수단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저희의 창의성을 발휘한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를 둘러싼 주위 환경을 이용하여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낸 ‘장난기 넘치는 작품’ 같았죠. 

그러다가 대규모 축제와 행사가 되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전문성을 키워야 했습니다. (웃음)

 

Q.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제일 아끼는 작품을 뽑는다면? 

A. 하나를 뽑기는 정말 힘들지만 그래도 몇 개 나열하자면 “Literature vs traffic(문학 vs 교통)”, “The plastic which we live with(우리가 살고 있는 플라스틱)”, “Labyrinth of Plastic Waste(플라스틱 폐기물의 미로)”, “On Blank Pages(빈 페이지)”를 들 수 있습니다. 15년 동안 작업을 해오면서, 최소한으로 최고를 만들어낸 듯한 "The police are present(경찰들이 있다)"도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고요.

 

Q. 쓰레기를 활용하여 공공장소에서 활동을 하면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A. 아마 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저희가 작품을 조립하는 동안 저희를 보신 분들은 그 공간을 쓰레기로 채우는 줄 알았을 것 같아요. 저희가 ‘준비해 온’ 쓰레기들을 보고, 저희가 ‘설치’하는 작품 모습을 보고 오해를 푸셨길 바랍니다. (웃음) 

 

  Rights to trample on photographed by Gustavo Sanabria © 2022. Luzinterruptus All rights reserved

  Rights to trample on photographed by Gustavo Sanabria © 2022. Luzinterruptus All rights reserved

 

Q. 작품을 만드실 때 주로 ‘도시’에서 영감을 받으실 것 같아요.

A.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공통의 관심과 예술이 도시의 삶을 더 살만하게 만든다는 믿음이 주된 영감입니다. 사회 정치적 뉴스에서 다루는 이슈들과 개인적으로 겪는 일들 또한 작품을 만들 때에 최우선 순위에 둡니다. 

 

Q. 루즈의 작품을 3단어로 표현하자면?

A. 사회, 정치, 환경

 

Q.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서 보고 싶은 이상적인 반응은?

A. 사람들이 감상할 때 아무런 설명 없이 작품을 이해하고, 스스로 일어나 생각하는 것입니다.  

 

  Rain interactive photographed by Lola Martínez © 2022. Luzinterruptus All rights reserved

 

Q. 요즘 ‘친환경적인’, ‘지구-사랑’, ‘자연 친화 라이프스타일’... 등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죠. 이런 '트랜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A. 질문에 나오는 모든 것들이 일종의 시장 트렌드가 아니라 진정한 필요성에 의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문제와 자원 고갈은 인류가 실제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니까요. 모든 시민이 이런 자연의 가치를 위해 연대하는 일은 지금 인류에게 최우선시되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를 위협하는 모든 정치 문제와 에너지 위기는 일부 사람들을 더 역행하게 만들기도 해요. 지구의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이며 개인적인 이익을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죠. 많은 브랜드와 회사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단순히 제품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하다는 라벨을 붙이는 현재 상황을 보면 많이 우려됩니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저희와 같은 아티스트, 예술인들에게 자신들의 회사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을 부탁하고 있고 저희는 계속해서 그린 워싱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 거절하고 있습니다.

 

  For Women's Safety photographed by Nicolás and Melisa Hernández © 2022. Luzinterruptus All rights reserved

 

Q. 루즈는 현재 인류의 노력이 실제로 도움이 되어 후에 지구가 더 살기 좋은, 건강한 장소가 된다고 해도 현재와 동일한 일을 하고 계실까요?

A. 비록 지금 인류는 전과 다른 방법을 선택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전히 그런 변화를 방해하는 많은 것들과 마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 어찌 되어도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끈질기게 요구하고 의견을 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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