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미래 세대, 이서현 학생이 꿈꾸는 지구

김지영 승인 2023.03.27 16:32 의견 4


색색의 꽃들이 만개하는 봄이 왔다. 꽃들이 제각기 봉우리를 터트리며 소란스레 봄을 알리기 시작하자 마스크 덕분에 그동안 잊고 지냈던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됐다. 올봄은 마스크를 벗고 꽃놀이를 즐기겠노라 마음먹었지만, 봄만 되면 불어오는 황사,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슬그머니 챙기게 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황사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창문을 닫아두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하늘이 뿌옇다. 마스크를 한 채로 몇 마디 말하고 나면 목이 칼칼하다.

어쩌다 우린 이런 불편한 삶을 살기 시작했을까? 어쩌면 우리 미래 세대는 사이버펑크 영화에서나 보던 편의점에서 산소호흡기를 구매하는 일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끔찍한 미래가 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당장 다음 세대, 다다음 세대가 살게 될 지구의 모습일 수 있다. 그간 우리 세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면 플래닛타임즈는 우리 지구를 책임질 다음 세대를 만나봤다.

학고에서 환경 관련 발표를 진행 중인 이서현 학생


Q. 안녕하세요! 플래닛타임즈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A. 안녕하세요. 현재 대지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서현입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환경과 사람 모두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어요. 언젠가 제가 해 온 활동들, 하고 싶었던 활동들을 소개할 기회가 오길 바랐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와서 너무 기쁩니다.

Q. 학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어릴 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가장 오래된 기억을 떠올려보면 유치원 때 네이버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니키즈라는 사이트에서 태안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영상을 봤을 때인 것 같아요. 그때 환경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 큰 충격을 받고 환경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활동이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 후로는 여러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요.

본격적으로 환경을 진로로 잡은 것은 중학교 때였어요. 가족과 함께 방문한 지리산 종복원센터에서 생태계 파괴의 심각성과 종 다양성 감소에 대한 교육을 받고, 현재 복원 중인 반달가슴곰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환경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동물이나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조사해보니까 일반인 신분으로서는 제 비전을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 꿈을 완벽히 실현하기 위해 환경 쪽으로 진로를 잡고, 그에 관련된 활동을 꾸준히 하게 되었어요.

Q.. 꽤 어릴 때부터 환경 관련 활동을 해왔군요.

A. 어릴 때부터 정말 많은 활동에 참여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환경 미술 대회에 참가해서 특상을 받기도 했고, 걸스카우트에 가입해 환경 정화 활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주우러 다녔어요. 가족과 함께한 활동도 많았는데, 식목일에 가족이 다같이 나무를 심기도 했고, 엄마와 둘이 게릴라 가드닝을 했던 적도 있어요.

Q. 초등학생 때 게릴라가드닝이라니 굉장하군요!

A. 초등학교 때 제가 사는 동네에 원래는 쓰레기장이 아닌데, 쓰레기장처럼 사용되는 곳이 있었어요. 쓰레기가 너무 많다 보니 사람들도 그곳에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더라고요. 그때 마침 학교 도덕 시간에 어떤 청년이 쓰레기가 많은 장소의 쓰레기를 치우고 그 자리에 꽃을 심었더니 아무도 그 자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해 배웠어요. 그때 ‘만약 그 청년이 행동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곳은 쓰레기장이었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 하나부터 실천해야겠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날 바로 엄마께 저와 같이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부탁드렸고, 감사하게도 어머니께서 흔쾌히 승낙해 주셔서 반나절에 걸려 쓰레기를 모두 치웠어요. 그리고 나중에 그 자리에 저 혼자 가서 꽃을 심었고요. 그 후로 도덕 교과서에 나온 대로 아무도 그 자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고, 꽃은 시들었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자리만큼은 여전히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어요.

Q. 그외에 참여했던 환경보호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었나요?

A. 본격적으로 환경과 관련된 활동을 한 건 중학교, 고등학교 때였어요. 학교 정원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원에서 토종꽃을 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 플로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UCC를 제작한 것, 수질 정화 식물의 수질 정화 능력을 비교하는 실험을 한 것, 환경 신문 만들기 활동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채식 요리법에 대해 소개한 것, 학교 발표회에서 학생들이 잘 모르는 식물에 대해 소개한 것 등이 기억에 남아요. 그 외에도 산림포럼 등 다양한 환경 관련 행사에 꾸준히 참여했고, 철원 철새 도래지와 국립공원 등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는 지역에 답사를 많이 다녔어요.

산림총회에 참석한 이서현 학생

Q. 참여 환경보호 활동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을까요?

A. 개인적으로 학교 정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토종꽃 키우기 활동을 진행한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우리나라 생태 보전에는 토종꽃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현재 DMZ에서 구절초를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정작 친구들은 장미, 해바라기 같은 외국 꽃들은 잘 아는데 우리나라의 토종꽃에 대해서는 잘 모르더라고요. 학교 정원에서 토종꽃을 키운다면 우리꽃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한 명이라도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했는데, 정원에서 학생들이 저희가 키운 꽃을 보고 ‘이거 처음 보는 꽃인데 이게 뭐지?’ ‘이게 산수국이래!’ 하는 대화를 주고받는 걸 보고 굉장히 뿌듯함을 느꼈어요. 학생들이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토종꽃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네요.

Q. 활동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A.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힘든 점이 많았어요. 특히 토종꽃 키우기를 할 때 학교 예산이 한정적이라서 저희가 사비를 써서 진행했는데 계산해보니까 30만원 정도가 들었더라고요.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용적인 부분 또한 많이 고려해야겠구나 깨닫는 계기가 되었어요.

학교에서 진행한 토종꽃 키우기 활동

Q. 실제로 이러한 활동이 학생들에게 환경문제 의식 제고에 도움이 될까요?

A.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 책으로만 보는 것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학교 교과서에는 단순히 그래프 등의 수치로만 나와 있어서 환경이 얼마나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학생들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책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환경이 훼손된 현장에 방문하거나, 관련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만약 환경보호 활동을 기획하게 된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또는 꼭 포함됐으면 하는 활동이 있다면 의견 부탁드립니다.

A. 친숙한 것, 주위에 있는 것으로부터 환경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업사이클링 향수나 화장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향수는 여러 화학 물질이 사용되기 때문에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좋지 않고,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서 실험동물이 매일 희생당하고 있어요. 이런 심각성을 알리고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화장품, 향수를 만들고 펀딩을 통해 판매까지 한다면 그 과정에서 환경이 얼마나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게 될 거고, 판매까지 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판매와 소비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책임감도 배울 수 있을 거고요.

Q. 학교생활과 환경보호 활동을 동시에 병행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A. 저에게는 학교생활이 관련된 활동을 할 또 다른 기회였어요. 감사하게도 저희 학교에서는 원하는 활동을 하면 생기부에 기록해 주는 프로젝트가 있었고, 비용도 일정 부분 지원돼서 토종 꽃을 키울 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선생님들께서도 감사하게도 제가 한 활동을 생기부에 잘 기록해 주셔서 마음 편히 활동할 수 있었어요. 가족들도 제 진로를 한 번도 반대하지 않고 응원해 주셨고, 환경 답사를 갈 때 항상 따라가주셨어요. 친구들도 투덜거리면서도 저와 함께 활동해 주었고요. 주변 사람의 지지가 있어서 제가 이렇게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는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Planet Time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