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증후군,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낼 때

사람보다 짧은 수명,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동물들을 위한 애도

김혜빈 승인 2023.06.07 09:23 의견 0
펙셀스 funeral


˙ 반려동물 키우는 가정의 증가, 함께 증가하는 펫로스 증후군

˙ 이별의 애도 기간은 얼마일까, 반려동물을 애도하는 이들의 심리는

˙ 떠나보낸 반려동물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한 추모는 무엇이 있을까

#반려동물 키우는 가구의 증가에 따라 늘어나는 펫로스 증후군

현대사회는 끊임없는 경쟁을 바탕으로 한다. 과거 협력자 관계이던 남자와 여자는 일터에서 함께 마주하며 함께 성과를 내는 협력자에서 성과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경쟁자가 되었다. 20·30세대를 중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남녀갈등에 따라 상대 연인 또는 배우자를 상대로 한 불신이 커지고 집단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만족과 가치를 중시하는 개인주의 사회로 변화함에 따라 협력자 관계이던 남녀 사이는 경쟁자 관계가 되었고 현대 사회에서는 같은 동성끼리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면모를 보인다.

그러나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근원적인 외로움은 늘 존재하여 애착 관계를 형성할 대상이 필요하다.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생기는 문제인 외로움과 고독을 해결하기 위해 1인 가구 중 상당수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단순한 관계를 넘어서 가족과 같은 끈끈한 애착을 형성하기도 한다. 반려동물의 수명은 사람에 비해 짧아 평균 10년~15년이며 유년기부터 키워 온 가정은 필시 이별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주변 인간관계가 고립된 사람일수록 반려동물에 더욱더 의존하며 그들의 죽음에 깊은 상실감이 곧 분노가 되었으며,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후군(PTSD)을 겪는 등의 심리적 장애인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2000년대를 기점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유행 이후로 2010년도에는 반려동물을 죽음에 큰 고통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람의 사례와 2012년도 한 여성이 반려동물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사례를 바탕으로 하며, 이에 따라 관련 강좌들이 생기며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이별의 애도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반려동물의 죽음을 마주하는 일반적인 심리는

사람은 만나면 헤어지고, 때로는 그 이별이 사별이 될 수도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죽음으로 떠나보내면 다시 볼 수 없다는 슬픔에 통상적으로 다른 사유보다 비교적 긴 애도 기간을 가진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슬픔을 느낀 이들은 그 애도가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지속됐으며, 평균 10개월의 애도 기간을 가졌다.

사람과의 이별도 그와 비슷한 애도 기간을 거치는데, 통상 기간 이상으로 지속되고 또 심리적 고통이 수반된다면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 유명 의학 유튜버 닥터 프렌즈 정신과전문의 오진승 의사의 의견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사람과 달리 금전적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아 조건 없이 사랑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사람 대 사람 간의 애착보다 더 강하게 애착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은 아이를 잃었을 때의 슬픔과 같다고 한다.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온오프라인 추모 공간, 추모 방법들

펫로스 증후군을 앓는 이들이 건강하게 애도할 수 있도록 반려동물을 위한 추모 공간인 반려동물 장례식장도 존재한다. 오프라인 추모 공간뿐만 아니라 모바일 앱 플랫폼에선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함께 슬픔을 나누며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며 해당 플랫폼 내의 모션그래픽으로 애도를 도와주는 장치들이 있다. 혹은 생전 반려동물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VR로 반려동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에 관한 논문이 존재하며, 반려동물의 생전 모습을 본뜬 모형 및 인형 제작도 활발하다.

사람은 깊은 상실에 대한 애도를 거칠 때 네 가지 심리적 단계를 거친다. 처음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고, 그다음엔 그 현실에 분노한다. 차차 시간이 지나고 현실을 받아들일 때 형용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지며,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체념하고 수용하는 것으로 애도는 마무리된다.

나와 함께하여 나의 일상이자 일부가 되었고, 추억을 만들어 준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이 있다면 건강한 애도를 통해 그간의 추억이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닌, 추억을 바탕으로 한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나날이 많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Planet Time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