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리 피고 빨리 진 벚꽃
· 현재와 같은 고탄소 시나리오로 가면 2월에 벚꽃 필수도
· 주변에 일어나는 기후 위기의 신호 알아차리고 대처해야
이번 봄은 더 그랬다. 봄인데 봄인지 알 수 없었던 날씨와 너무 일찍 펴버린 꽃이 그랬다. 봄의 상징인 꽃이 금방 저버렸기에 봄은 일찍 가버린 듯했다. 올해 벚꽃 축제에는 벚꽃이 없었다. 작년과 올해 같은 시기는 확연히 달랐다. 대구에서는 팔공산 벚꽃 축제가 4월 6일에서 4월 8일까지 열렸는데 벚꽃축제에 벚꽃을 볼 수 없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같은 시기 작년은 꽃이 만개하여 풍성한 벚꽃을 볼 수 있는 시기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가. 그것은 바로 계절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더워졌기 때문이다. 느낀 적 있을 것이다. 분명 3월, 4월인데도 마치 여름처럼 급속히 더워진 날이 있었다. 벚꽃과 같은 꽃의 개화가 빨라지고 비교적 빨리 진 이유는 너무도 더웠기 때문이다. 벚꽃과 같은 꽃들이 피는 시기가 있고 조건이 있다. 올해는 그 조건이 더 빠르게 충족되었다.
그래서 그만큼 빨리 폈고 빨리 진 것이다. 꽃을 보러 벚꽃 명소를 방문했던 관광객들은 실망을 안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가 과연 단순히 벚꽃을 보지 못하게 되는 문제일까. 기상청은 21세기 후반이 되면 2월에 봄꽃이 필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102년 만에 가장 이른 벚꽃
기상청은 미래 우리나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봄꽃 3종(개나리, 진달래, 벚꽃)의 개화일 전망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다.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자료이다.
저탄소 시나리오(SSP1-2.6)는 온실가스를 현저히 감축하여 2070년경에 탄소중립에 이르는 시나리오(21세기 후반 한반도 해수면 온도 1.8도 상승), 고탄소 시나리오(SSP5-8.5)는 현재 수준과 유사하게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는 시나리오(21세기 후반 한반도 해수면 온도 4.5도 상승)이다.
ⓒ기후변화 시나리오 및 봄꽃 종류에 따른 개화시기 기상청 제공
개화일은 기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고탄소 시나리오로 갈 시 21세기 후반 봄꽃 개화일이 한 달이 빨라져 2월에 필 수도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에 반해 207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소시키고 탄소 제로로 만드는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봄꽃의 개화 일이 10~12일 당겨지는 것으로 저탄소 시나리오와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봄꽃 개화일의 차이가 뚜렷했다.
ⓒ 기상청제공
지역에서의 차이도 나타났는데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벚꽃의 경우 대구가 21세 후반기 30일이 당겨지고(2월 27일 개화), 개나리는 인천이 29일, 진달래는 서울이 35일로 개화 시기가 가장 많이 당겨졌다.
ⓒ 기상청 제공
또 매년 벚꽃과 같은 봄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졌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오긴 했지만, 이때까지 당겨졌던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지고 있다.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서 작년에는 만개했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저버린 상태인 것처럼 과거 1950~2010년에 봄꽃 개화 일이 3~9일 당겨진 것에 비해 향후 60년 이후는 23~27일이 빨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개화 시기가 빨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꽃을 일찍 볼 수 있게 된다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봄의 시작일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같은 현상이 현재는 지역축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하고 있다.
빨라지는 봄은 벌과 꽃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꽃이 개화하면 벌들이 영양 섭취원인 꿀을 먹고 꽃가루를 옮겨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서 벌이 활동하는 시기와 맞지 않게 되고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번 겨울 발생했던 벌 실종과 연관이 깊다. 영양원인 꿀을 섭취하지 못했고, 추웠다가 더웠다가 하는 들쭉날쭉한 날씨에 꿀벌이 번식하지 못하고 약해져 죽어갔다. 꿀벌의 개체가 감소하면서 화분을 매개로 하는 작물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화분은 종자식물 수술의 화분낭 속에 들어 있는 꽃의 가루이다. 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진다는 것은 식량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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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년간의 뉴스 보도 제목이다. 이때까지 이상 기온은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자주,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온 국민이 인식할 정도로 있었던 적은 없다. 이제는 예측할 수도 없는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기후 위기가 어떤 식으로 일상 속으로 침투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주변을 보고 연결 지어야 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구는 계속 우리에게 위험하다고 외치고 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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